[신문보도] 7/8. 일요신문.이혼 후에 오는 것들 [2] 재혼가정 말 못할 고민
  글쓴이 : 상담소     날짜 : 15-07-08 10:26     조회 : 2571     트랙백 주소
일요신문

이혼 후에 오는 것들 [2] 재혼가정 말 못할 고민

‘새엄마’ ‘새아빠’ 되기 이렇게 험난할 수가…

[제1208호] 2015년07월08일 09시35분
[일요신문] ‘결혼은 3번, 재혼은 30번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재혼 당사자 입장에서는 전혼 자녀와의 관계설정, 재산상속 문제, 사회적 편견, 이혼의 상처 등 감내해야 할 문제도 많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가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새로운 가족에 대한 낯설음과 상속 문제 등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재혼가정은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한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재혼가정의 말 못할 속사정과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따라가 봤다.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 재혼을 한다 하더라도 자녀까지 상대방 전혼 자녀와 쉽게 친해지고, 한 가족처럼 지내기란 쉽지 않다. 사진은 영화 <결혼식 후에>의 한 장면.


전아무개 씨(여·30)의 아버지는 전 씨가 어렸을 때 자녀가 둘 있는 여성과 재혼을 했다. 처음엔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와 있는 것이 어색해 매일같이 눈물을 쏟았다. 그럴 때마다 전 씨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친엄마를 찾아가고는 했다. 새엄마는 전 씨가 친엄마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결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눈을 피해 친엄마를 만나온 사실을 알게 된 새엄마는 친구들 집을 찾아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전 씨는 결혼식장에서 새엄마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간의 설움이 몰려와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최 아무개 씨(29)는 새아빠와 사이가 좋은 편이다. 아버지와 사별한 어머니가 새로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다는 것이 최 씨에게는 기쁜 일이었다. 형이 생긴다는 사실도 즐거웠다. 최 씨의 여동생은 잘 적응을 못했지만 담담하게 새아빠를 받아들이는 최 씨를 보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지만 최 씨가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호칭 문제다. 새아빠를 만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라는 단어가 어색한 최 씨는 최대한 호칭을 불러야 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전 씨와 최 씨의 경우처럼 자녀와 관련된 문제는 재혼가정의 가장 큰 고민이다.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 재혼을 한다 하더라도 자녀까지 상대방 전혼 자녀와 쉽게 친해지고, 한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이 때문에 재혼에 앞서 자녀를 설득하거나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 성공적인 재혼생활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히기도 한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자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동의 없이 하는 재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를 안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녀를 설득할 때도 ‘너 때문에 할 수 없이 재혼한다’며 부담을 지우는 태도는 좋지 않다. 자녀 스스로 새로운 가정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대화하고 결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성년일 경우에는 재산 문제로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거나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재혼가정의 재산 상속은 자녀에게 재혼 동의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자녀에게 동의를 구하고 재혼을 했다하더라도 재혼 후 상속 문제로 배우자의 전혼 자녀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재산 분쟁으로 자녀들이 부모에게 이혼을 종용하거나 소송을 벌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정 아무개 씨(여·62)는 지난해 말 재혼한 남편의 자녀들로부터 정 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압구정 아파트를 돌려달라는 소유권이전청구소송을 당했다. 정 씨는 “이 아파트는 재혼하기 전 친정에서 내 명의로 마련해준 아파트였다. 그래도 30년을 넘게 미우나 고우나 새엄마로 살았는데 처녀적부터 내 명의로 돼 있는 아파트를 돌려달라고 하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30세 되던 해 전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고, 이듬해 부인과 사별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딸 하나를 낳았다. 남편에게는 전처소생의 자녀 셋이 있었지만 정 씨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남편의 지병이 악화되면서 전처소생 자녀들은 재산 상속을 두고 정 씨를 더욱 몰아세웠다. ‘재산을 한푼도 가져갈 생각하지 말라’, ‘돈 많은 영감 꾄 여자’라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듣는 상황까지 오자 정 씨는 딸을 데리고 지금의 아파트로 도망치듯 나왔다. 

정 씨는 “너무나 당연히 법원은 내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끝나고 남편의 자녀들에게 왜 그랬느냐고 따져 물으니 ‘당신 괴롭히려고 그랬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편 사망 후 유산 상속 포기 선언을 하고 나서는 인연을 끊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우자에게 재산의 절반을 우선 상속한다는 내용을 담은 민법이 개정되면서 정 씨의 경우처럼 재산 분할을 우려한 자녀들과 재혼한 배우자 사이의 분쟁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재산 상속 문제로 자식들이 ‘재혼은 해도 혼인신고는 하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래도 혼인신고를 강행하는 재혼부부의 경우 추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상속재산 분배에 대한 유언장을 작성해 두기도 한다”며 “재혼기간이 짧다면 자녀들의 반감이 더욱 크다. 이런 경우 혼인기간이나 별거기간, 사유 등 재산형성에 있어서 여러 상황을 참작해 가정법원이 적절한 액수를 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녀 문제나 상속 문제를 해결했다 하더라도 재혼가정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야 하는 난관이 남아있다. 실제로 재혼가정의 부부가 자녀를 무리하게 가족으로 편입시키려 하다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이 또한 제3자의 편견어린 시선에 행복해 보이려는 욕심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 ‘재혼가정모임’ 운영자 강형태 씨는 “매년 ‘새혼(재혼의 다른 말)가정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새혼 3년차 부부부터 20년차가 넘는 부부들도 모인다”면서 “이렇게 모인 새혼가정 부부들은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문제를 상담해 주기도 한다. 교수나 전문상담사가 아닌, 새혼가정의 수많은 문제에 봉착하고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강 씨는 재혼가정이 사회적 편견과 상관없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야 진정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재혼 사실을 쉬쉬하거나 감추려하면 오히려 자녀는 더욱 상처를 받는 다는 것. 재혼 부부가 담담하게 재혼 사실을 드러내고 받아들여야 자녀의 자존감도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강 씨는 “컨퍼런스에는 갈등을 겪고 있는 일반가정이나 지인들이 참석해 오히려 해결책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새혼가정도 숨으려 하지 말고 서로 잘 사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나 본인들의 행복에도 더 좋다”고 당부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